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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론진 시계 이야기 Longines

by 우리방 2023. 2. 9.

론진 시계 Longines

론진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럭셔리 시계업체입니다. 은행업 경력이 있던 오귀스트 아가씨(Auguste Agassiz)가 다른 동업자와 함께 1832년 스위스 상티미에(Saint-Imier)에 시계를 취급하는 꽁뚜아르(comptoirs)를 설립한 것이 론진의 모태입니다.

꽁뚜아르는 자기 브랜드를 가진 판매 업체였습니다. 당시 스위스 시계산업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시계 부품이 가내 수공업 형태로 여러 곳에서 제작되면 꽁뚜아르가 시계를 만드는 부품을 구매하여 조립업체에 맡깁니다. 그리고 조립된 시계를 다시 꽁뚜아르가 자기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은행업에 종사하던 오귀스트 아가씨가 시계업체를 경영할 수 있었습니다.

 

 

꽁뚜아르에서 시계제조업체인 론진(Longines)으로 성장시킨 것은 어니스트 프랑실론(Ernest Francillon)입니다. 설립자의 조카였던 프랑실론은 뒤늦게 합류한 후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1866년 상티미에 남쪽 목초지를 사들여 시계 공장을 세웁니다. 그리고 1867년 회사 이름을 론진으로 바꾸고 용두(crown)로 태엽을 감는 시계만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론진은 '긴 목초지'라는 뜻입니다.

론진 프리마루나

프랑실론은 자크 데이비드(Jaques David)를 영입하여 새로 세운 시계 공장을 운영하도록 했으며 미국 필라델피아 박람회에도 참석하여 세계 시계업체 동향을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시계 판매업체인 꽁뚜아르에서 벗어나 시계 부품을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론진은 무려 190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시계산업에 남긴 발자취도 또렷합니다. 특히 항공시계 분야에서 다른 업체를 선도했습니다. 1868년 론진이 개발한 크로노그라프(chronograph)는 시작하고 멈추고 다시 0으로 세팅하는 스톱워치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항공산업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는데 이에 맞추어 항공시계도 발전했습니다.

 

 

론진이 만든 항공시계는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혼자서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가 사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래 사진이 린드버그가 실제로 손목에 찼던 모델인 린드버그 아워 앵글(Lindbergh Hour Angle)입니다. 이 모델과 비슷한 제품은 지금도 주문 제작하고 있습니다.

린드버그가 실제로 찼던 시계.

론진은 정밀한 계측이 중요한 스포츠 시계 제작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론진은 1930년대 후반부터 1/100초까지 잴 수 있는 스톱워치를 개발한 후 성능을 개선하면서 1970년대까지 생산했는데 정확도가 차세대 시계인 쿼츠 시계를 능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론진은 지금도 영연방 체육대회인 커먼웰스 게임을 비롯 테니스 승마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론진은 쿼츠 파동(Quartz crisis)을 맞아 어려움을 겪다가 1971년 스와치 그룹(Swatch Group) 전신인 ASUAG에게 팔렸습니다. 쿼츠 파동은 세이코, 시티즌을 비롯한 일본 업체에서 값싼 쿼츠 시계를 대량으로 생산 공급하면서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곤경에 처한 것을 말합니다.

론진 홍보대사 정우성(론진 홈페이지)

스와치 그룹 소속이 된 론진은 120만 원~700만 원대 제품을 생산합니다. 이는 스와치 그룹에 속한 다른 시계업체와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비롯된 전략이라고 합니다. 론진 시계는 스위스에서 만드는 하이엔드(high-end) 브랜드이지만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낮아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 온 역사와 전통을 생각하면 오히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때문에 실용적인 면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시계를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론진을 고려대상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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